엄마 곰은 날씬해~

언제부턴가 세상은 날씬하고 예쁜 엄마를 요구하고 있다. 종편에 케이블에 원래 있던 지상파 채널까지, 거실소파에 앉아 선택할 수 있는 티비채널은 많아졌지만 사실 그 시간대에는 대개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그저 다른 채널을 타고 방송되고 있더라. 몸에 좋은 음식, 운동법, 맛집, 아이돌과 함께하는 비슷한 포맷의 예능프로그램까지 여길 틀어도 비슷비슷한 내용에 다른 채널에서 나왔던 그 사회자와 패널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바로 몸에 관한 것. 건강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부터 (미디어의 영향으로 늘어나게 된거 같긴 하지만) 몸에 좋은 음식, 몸에 좋은 운동에 관한 소위 ‘비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은 늘 인기다. 특히, 좀 더 어려보이고 싶은 동안비법이나 그리고 늘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바로 ‘다이어트’에 관한 프로그램은 스테디셀러 아이템이다. 나도 다이어트 비법에 대해서 알려주는 프로그램은, (에이 저런게 말이돼? 요요현상 올꺼야!) 불신의 마음을 갖고 보긴 하지만 그래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런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되도록 시간이 맞으면 챙겨서 보게 되더라.

얼마전에도 다이어트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는데, 한 참가자가 다이어트를 너무 하고 싶은데 늘 실패한다는 사연이 소개되고 있었다. 다이어트를 왜 그렇게 하고 싶냐는 질문에 그 참가자는 ‘날씬하고 예쁜 엄마’가 되고 싶다고 했다. 날씬하고 예쁜 엄마가 되고 싶어서 다이어트를 한다는 사람을 많이 봐왔다, 티비에서 그리고 아는 사람들을 통해서도…

날씬하고 예뻐지는 것, 좋다. 못생기고 뚱뚱한것 보다야 (뚱뚱의 기준도 애매모호하지만) 이왕이면 날씬하고 예쁘면 좋지 않은가? 하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포인트는 바로 ‘날씬하고 예쁜 [엄마]’라는 것이다. 뚱뚱한 엄마 때문에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아서, 그리고 다른 엄마들과의 모임에서 뚱뚱한 자신을 보면서 마치 ‘자기관리’를 소홀히 한 엄마처럼 보여지는것 같아서 살을 빼고 싶다고 간절함을 담아 말하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참가자를 보면서 열불이 났다.

친구의 엄마가 날씬하고 예쁜 엄마가 아니라서 놀린다는 그 아이들이나, 엄마들 모임에서 살찐 엄마는 마치 자기관리를 안한 사람처럼 보여져야 하는 그런 우리사회의 모습에 열불이 났다. 사실 나도 뚱뚱하다 (우리나라 기준에서). 44사이즈의 깡마른 걸그룹 혹은 모델의 몸매를 날씬하고 예쁘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살집이 있고 덩치가 큰 여성은 뚱뚱하고 관리 못한 여자가 되는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이 사회에서, 엄마까지도 날씬하고 예뻐야 하는게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왜 엄마가 날씬하고 예뻐져야만 당당한 엄마가 될 수 있는걸까? 뚱뚱하고 못생겼다면 당당한 엄마가 못되는 건가?

그리고 이렇게 외적으로 보여지는 것은 늘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점도 문제가 있다. 곰세마리 노래만 봐도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곰세마리가 한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애기 곰.

아빠 곰은 뚱뚱해/엄마 곰은 날씬해/애기 곰은 아이 귀여워~

엄마 곰이 왜 날씬해야 하는가? 뚱뚱한 엄마 곰도 있을 수 있는데, 왜 무조건 엄마 곰은 날씬해야하지?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교육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어져 왔다. 단일민족이지만 다양성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문화와 폭 넓은 사고를 하게끔 하는 그런 교육. 하지만 아직도 우리사회는 스테레오타이핑으로 만들어진 고정관념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는것 같다. 예를 들어, 엄마 곰은 날씬해야 하는것처럼 말이다. 엄마 곰이 날씬해서 나쁠 건 없다. 건강하고 (뚱뚱하다고 건강하지 못하다는 건 아님) 보기에 좋으니 날씬하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사람은 다양하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그리고 이렇고저런 사람 등등. 이들이 모두 어우러져 하나의 사회가 되는 것인데, 우리는 ‘어울리는 법’을 가르치는게 아니라 나와 다르면 ‘밀어내는 법’을 가르치고 있진 않은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더 하게 된다. 그리고 무조건 엄마 곰을 날씬하게만 만드는데에는 또 다른 ‘엄마 곰’들의 문제도 있다. 날씬하지 못한 엄마를 보고 ‘자기 관리를 못한 엄마’라고 손가락질 하는 또 다른 엄마 곰들.

혹시 정말 뚱뚱해서 살을 빼본 적이 있는가? 그런 적도 없으면서 살이 찐 사람을 보고 게으르고 자기관리를 못한다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 그리고, 살이 찌지도 않았는데 다이어트에 늘 매달리며 사는 사람들은 ‘자기관리’를 하는것이 아니고, ‘강박’에 빠져 사는 것임을 잊지 말길.

엄마 곰이 꼭 날씬할 필요는 없다. 부피와 사이즈의 문제보다는 얼마나 ‘엄마’다운 ‘엄마’가 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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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blog.donga.com/sungodcross/archives/3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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