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vs 빨래터

설문조사와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다 마친 후에, 갑자기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간 생각이 있었다. 카카오톡은 물론 모두를 위한 대한민국의 가장 보편적인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앱이 되었지만, 카카오톡이 여성들의 소통공간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얘기는 ‘카카오톡은 여성전용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앱’이라는 말이 아니고, 카카오톡이 여성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모바일공간을 마련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라고 해석하는게 맞을 것이다. 특히 이 연구에 참여해 주었던 응답자인 아줌마들이 거의 매일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의 단톡방 (단체 그룹채팅 방)의 경우가 이러한 생각을 잘 뒷받침 해주고 있다. 카톡의 단톡방은 각각의 아줌마들이, 그들의 모임 성격에 따라서 각기 다른 단톡방을 개설한 뒤에 그 안에서 아줌마들끼리의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단순한 정보공유를 위한 곳이 아니라, 아줌마들의 단톡방은 뭔가 예전의 우리네 사랑방과 비슷하게 닮아있다. 혹은 아줌마들의 오프라인 모임의 연장선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즉, 아줌마들이 사용하고 있는 카톡의 단톡방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아줌마들의 수다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아줌마들만의 소통공간이 되어준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카톡의 단톡방이 여성들, 특히 아줌마들의 소통공간이라고 보게 되었고, 아줌마들만의 소통공간에 대한 자료조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여성들, 기혼 여성들, 아줌마들의 소통공간에 대해서 찾아보면 사실 종류는 다양하다. 목욕탕, 미용실, 찜질방, 까페, 백화점 문화센터 등등. 하지만 뭔가 우리나라만의 특색이 나타나있는 한국적인 여성의 소통공간을 찾고 싶었고, 그렇게해서 찾게 된 것이 바로 빨래터이다. 이 쯤에서 또 누군가는 질문할 것이다. ‘빨래터는 우리나라에만 있는게 아닙니다!’ 그럼요 빨래터는 어느 나라에나 있어왔고 지금도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곳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빨래터는 여성소통공간을 매우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면, 남자들도 빨래터에서 빨래를 했고 (노예제도가 있던 시절의 유럽이나 미국등지)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아주 먼 옛날에 여자가 가서 빨래를 했지만 ‘소통공간’의 개념보다는 정말 ‘빨래만 하고 오는 곳’의 빨래터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빨래터는 어떠한가? 과연 빨래만 하다가 오는 곳인가? 아니다, 전혀 아니다. 빨래터는 ‘빨래도 하고 동시에 이웃집의 다른 아줌마들을 만나서 시집살이의 스트레스도 풀고 내 자식 자랑도 하고 옆집 경조사 이야기도 나누고 또 같이 간 우리 애들이 다른 집 애들이랑 신나게 놀기도 하는’ 그런 멀티플렉스의 느낌이 폴폴 나는 그런 복합 소통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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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기하게도, 남성들의 출입은 거의 없었다. ‘남성 출입 금지’라고 법이나 규칙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가부장적인 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 감히 남자가 빨래를 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감히 남자가 빨래를 안하다니!) 따라서 자연스럽게 빨래터에는 동네의 아녀자들이 모이는 곳이 되었고, 그 곳에서 빨래도 하면서 그들끼리의 이야기가 오고 갔던 바로 ‘여성 전용 소통공간’이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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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약속을 하지 않아도, 대부분 빨래는 정기적으로 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틀에 한 번 이라던가 일주일에 한 번 이라던가) 각각의 동네 빨래터에는 머리에 빨랫감을 한 가득 이고 여자들이 모여들었고, 그렇게 약속을 정하지 않아도 우연히 이웃집 여자를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가며 함께 빨래를 했던 것이다. 그런 ‘여성의 소통공간’이 바로 빨래터 였다.

카카오톡과 아줌마 (1)

카카오톡 알아요? 라고 한국사람에게 물어본다면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것이다. 카카오톡은 아마도 거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모든 한국사람들은, 적어도 스마트폰을 쓰고 있는 한국인이라면 한번쯤은 사용해 본 어플리케이션이다. 카카오톡에 대해서 설명을 아주 간단하게 하자면, 카카오톡은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실시간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주는 매우 편리한 모바일 채팅 앱이다. 물론 모바일 채팅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는데, 예를 들어 카카오택시, 카카오쇼핑, 카카오페이 게임등이 있다. 카카오 게임중에 가장 유명한 건 바로 애니팡! 까페에 앉아있으면 애니팡의 동물 터지는 소리 (라고 하니 너무 잔인하게 들리지만)가 이 테이블 저 테이블에서 들렸던 적이 있었을 정도로 애니팡 열풍시대가 있었었다. 지금은 (여전히 우리 엄마와 엄마 친구분들은 좋아하시지만) 인기가 예전같지 않지만 카카오톡은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계속해서 개발 중이다. 호주의 친구들에게 카톡에 대해서 설명을 할 때 예로 드는 것이 바로, WhatsApp ! 이 왓츠앱은 나도 한 때 사용했었는데 뭔가 카톡보다는 디자인도 좀 심심하고 서비스도 카카오톡만큼 다양하지 못했다. 정말 ‘모바일채팅’만을 위한 앱이었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좀 달라졌다고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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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 11-02-2016, 1 06 56 PM카카오샵에서는 다양한 브랜드와 카테고리의 기프티콘을 살 수 있다.

카카오샵이 생기고 나서 친구가 종종 기프티콘을 보내줬었다. 바나나우유, 스타벅스 커피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카톡을 통해 보내주면 나는 그걸 바꿔먹는 재미에 한 때 빠져있었었다. 호주에 다시 나가야 할 때는 심카드를 바꿔껴야 했고, 그에 따라서 카톡 서비스도 ‘해외전용’ 화면으로 바뀐다. 기프티샵 같은건 없다…

아무튼 기프티콘은 이제 매우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잡았고, 사촌오빠의 아들의 예 (초딩5)를 들면 거의 모든 물건이나 선물을 티머니 혹은 기프티콘으로 친구들끼리 주고받고 하더라. 매우 뉴미디어스러운 뉴테크놀로지컬한 제네레이션인것이다. 어렸을때 엄마 백원만 하던 때와는 판이한 모바일세상에 살고 있는 아이들!

기프티콘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끝이 없으나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이야기 하고, 다음에 기프티콘에 대해서만 블로깅을 해도 재밌을것 같다. 카카오톡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그룹 채팅룸’이다. 사실 이 연구는 아줌마에 관한 것이므로 아줌마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한다. 카카오톡의 사용도 역시 아줌마들이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려고 시작한 포스팅. 아줌마에 대한 특히 아줌마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관한 데이타가 너무 부족해서 나는 내가 서베이와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통해 데이타를 수집했다. 리서치의 내용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건 아줌마들의 카카오톡 사용에 관한 것인데, 그 중에서도 그룹 채팅룸 안에서의 아줌마들끼리의 수다는 아줌마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였다. 즉 카카오톡 하려고 스마트폰을 샀어요! 라고 대답하신 분들도 꽤 되었다. 우리엄마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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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ㅇ: 

카카오톡 그룹 채팅룸은 친구들과의 모임을 준비하는데 매우 편리해요.

한 ㅈ:

그룹 채팅룸을 만들고 전달할 메시지를 보내면 그 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볼 수 있어요! 너무 간편하고 쉬워요!

카카오톡 그룹 채팅룸 사용에 관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 내용 중에서

아줌마들은 모임이 많다. 계모임, 종교 모임, 동네 모임, 자녀들의 친구 엄마 모임, 찜질방 모임, 다 나열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바쁜 아줌마들. 아줌마들이 이 수많은 모임을 관리하고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총무아줌마가 다음 모임을 위해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시간을 정하고 장소를 정하면 또 어떤 아줌마는 갑자기 연락을 해와서 그날은 안되니 다른 날로 다시 변경하자고 한다. 그러면 또 다시 그 변경사항에 관한 전화를 돌리거나 문자를 보냈어야 했는데!!! (아 이러한 과정을 쓰는것 또한 매우 복잡하다)

카카오톡의 그룹채팅룸이 이러한 번거로움을 한번에 없애 주었다. 모임별로 각각 다른 그룹 채팅룸을 개설하고, 모임에 관한 날짜나 장소등에 관해 서로의 의견을 채팅룸에 올려 놓으면 각자 가능한 날짜와 시간에 대해서 또 다시 채팅룸에 올려놓고. 그것을 토대로 모두가 가능한 시간과 날짜를 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채팅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채팅룸에서 오고갔던 내용을 읽어 볼 수 있음에 아줌마들은 굳이 ‘다음 모임 결정’을 위한 복잡한 커뮤니케이션에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총무 아줌마는 전화를 일일이 걸어서 이렇네 저렇네~ 모임에 관한 내용을 똑같이 반복 그리고 번복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매 달 초가 되면 우리엄마의 카톡은 끊임없이 울려댄다. 단체 톡방에서 울리는 다음 모임에 관한 내용들을 서로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아줌마들이 쉴 새 없이 올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카톡 사용법이 서툴렀던 우리엄마도 이제는 단톡방에 들어가서 수다도 떨고, 사진도 보내고 받고, 또 이모티콘도 보내신다. 아줌마들의 이모티콘이 다양하다며 얼마전에는 귀여운 이모티콘 하나를 더 사셨다. 귀여운 우리엄마 그리고 귀여운 우리 아줌마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