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는 되고 아줌마는 왜 안돼?

Screen Shot 2016-09-02 at 11.43.26 AM.png

이미지 출처: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

 어렸을때 티비에서는 한창 ‘썰렁 시리즈’가 인기였었다. 말그대로 썰렁개그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리액션을 어떻게 해야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썰렁’해지는 개그를 일컫는 말이었다. 말장난을 하거나 허무하게 끝이나는 이야기를 포함하는 썰렁개그 혹은 허무개그는 그렇게 한때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였었다. 다양한 종류의 ‘~시리즈’가 시대를 타고 만들어지고 또 다시 새로운것에 밀려나기를 반복하면서, 내가 어렸을때 깔깔대고 좋아하던 그 ‘썰렁개그’도 잊혀졌었다. 하지만, 요즘 다시 그 ‘썰렁개그’는 ‘아재개그’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재등장했다.

아주비의 경상도 방언으로, 작은아버지의 뜻으로 사용되어졌다가 지금은 아저씨를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는 ‘아재’. 아저씨를 낮추어부르는 말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또한, 인터넷에서의 ‘아저씨’회원들을 아재라고 부르고 있으며 특히 야구팬을 일컫는 인터넷용어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국민학교 세대’는 아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30대 중후반 이후)

이러한 ‘아재’들이 올해부터 갑자기 인기를 끌고 있다. 몇몇 ‘아재’세대 방송/연예인들이 나와서 하는 썰렁한 개그를 ‘아재개그’라고 칭하기 시작했고, ‘아재말투’, ‘아재패션’등 ‘아재’들에게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전에 우연히 보게된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는 ‘아재들이 뜬다’라는 제목으로 50이 넘었어도 젊은이들 못지않은 패션센스와 몸매를 자랑하는 아재들에 관한 영상물을 보여주었다. 현재 대부분의 (우리나라) 미디어에서 보여지고 있는 아재의 이미지는 낡고,촌스럽고,뒤떨어지고 교양없는 기존의 ‘꼰대’ 혹은 ‘개저씨’의 이미지에서 발전한 푸근하고, 정이가고, 열심히 살아가고, 나름대로 그들만의 문화와 유머코드를 가지고 있는 친근한 이미지의 ‘아재’가 대부분이다.

가족을 위해 사회에 나가서 돈을벌고 (물론 엄마도 번다), 일에치이고 돈에치이고 사회에치이고 때로는 가족에게 치일지라도 썰렁개그와 소주한잔으로 웃어 넘기는 아재들의 모습이 개저씨의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고 긍정적으로 보여지고 있는것은 매우 반가워할 일임에 분명하다. (물론 세상에는 아직도 개저씨가 있다, 성별과 나이를 떠나서 ‘인간쓰레기’는 아직도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아쉬운점이 있다. 이러한 ‘아재문화’ 그리고 ‘아재’에 대한 이미지는 어떻게 말하면 긍정적으로 보여지고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왜 아줌마는 아직도???

왜 아줌마는 안되고 아재는 되는것인가? 아줌마라는 뜻에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뭔가 뜻을 잘못 알고 있는듯한데, 사실 아줌마도 ‘작은어머니’라는 뜻이었고, 그 이후로 친인척이나 가까운 중년여성에게 쓰는 호칭이었다. 미디어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잘못 불려지고 삐딱하게 받아들여진 ‘아줌마’라는 호칭은 아무 잘못이 없다. 아저씨는 괜찮고 왜 아줌마는 안되는건가? 꼰대 아저씨는 ‘아재’가 되었는데 왜 아줌마는 아직도 불편한 아줌마로 남아있어야 하는가? 아줌마라는 호칭은 무례하고 아주머니나 사모님이라는 표현이 더 고급스럽고 예의를 갖춘 표현이라는 생각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가 도대체?

우리나라는 ‘호칭’이 매우 중요한 사회라는 걸 안다. 아직도 ‘아줌마’는 티비에서, 길에서, 우리의 삶속에서 불려지고 싶지 않은 호칭임은 사실이다. (나와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 하지만 아줌마는 아무 죄가 없다. 아줌마에 대한 인식도 아재들처럼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이미 변했어야 했다. 왜 아재는 아재가 되는데 아줌마는 아주머니나 사모님이 되어야 하는가? 내 논문에서 아줌마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쓴걸 매우 불쾌해했던 어떤 사람이 생각난다. 논문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 하면서 그저 아줌마라는 단어자체가 같은 중년여성으로써 불쾌하니 지워줬으면 한다는 의견을 줬던 그 사람은, 이미 자신과같은 중년여성인 ‘아줌마’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중년여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한국밖의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내 논문은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 했던 그 사람은 아줌마에 대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아줌마에 대한 스테레오타이핑으로 (촌스럽고 무식하고 무례한 ‘전업주부’ 라고 표현했음) 같은 ‘아줌마’가 다른 ‘아줌마’를 디스하고 있는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아줌마는 무식하고 아주머니는 우아한가? 무식과 우아함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이며 또한 왜 무조건 우아함만이 우위가 될 수 있는건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덧붙여, 사회에 진출해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고 있는 워킹맘만 힘든게 아니라, 전업주부들도 그렇게 힘들고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음을 반드시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사회는 워킹맘 뿐만이 아니라 전업주부들에게도 불공평한 사회이다. 워킹맘보다 전업주부가 못하다는 생각은 집어치워주길. 제발.

Advertisements

아줌마가 뭔 죄?

얼마전에 인터넷 뉴스에서 한 기사를 접했다. 가사도우미를 하시는 분들의 고충에 대한 기사였는데, 그들이 일하는 곳의 고용인 (소위 말하는 사모님)들의 갑질횡포에 대한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소변이 급해도 일이 끝날 때까지 화장실을 못가는것, 비싼 목걸이가 없어졌다며 의심을 받는 등의 정신적 그리고 육체적인 스트레스 속에서 일하는 그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기사였다.

소위 말하는 사모님들의 갑질횡포에 대해서는 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게 사실이다. 그리고 21세기 신하녀라고 까지 불리우는 그 가사도우미분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뭔가 법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게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가지 공감이 안되는 부분이 있었다.

FullSizeRender.jpg

‘아줌마’라 부르지 말아주셔요???  아줌마가 뭔 죄?

사실 아줌마라는 존재는 우리사회에서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리 ‘반가운’ 존재로 여겨지지 않고 있는게 사실이다. 아줌마라고 불려지는 것도 싫어하고, 아줌마라고 누군가를 부르면 뭔가 잘못된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아줌마라는 단어 자체가 잘못 인식되어져 있기 때문이지, 아줌마라고 불려지는것이 과연 그 사람을 ‘하찮게’ 여기기 때문일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아줌마를 연구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왜 아줌마라는 존재가 이렇게까지 부정적으로 여겨지게 되었을까? 그리고 아줌마가 무슨 죄인가 라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되었다.

‘아줌마’는 친근한 우리의 엄마와 옆집 이웃아줌마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이다. 물론 부르는 사람의 뉘앙스에 따라서 기분나쁘게 들리기도 하겠지만 아줌마라는 단어가 이렇게 까지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지고 있고 또한 아줌마라는 단어가 이렇게 ‘아줌마들’에게 까지도 ‘천대’받고 있는 사실에 화가나기도 했다.

사람들의 아줌마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아줌마라는 단어를  부르고 떠올릴때마다 따뜻한 우리의 엄마 그리고 우리의 이웃아줌마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래본다.

나도 언젠가 곧 아줌마가 될테니깐.

우리의 아줌마들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