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는 되고 아줌마는 왜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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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

 어렸을때 티비에서는 한창 ‘썰렁 시리즈’가 인기였었다. 말그대로 썰렁개그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리액션을 어떻게 해야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썰렁’해지는 개그를 일컫는 말이었다. 말장난을 하거나 허무하게 끝이나는 이야기를 포함하는 썰렁개그 혹은 허무개그는 그렇게 한때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였었다. 다양한 종류의 ‘~시리즈’가 시대를 타고 만들어지고 또 다시 새로운것에 밀려나기를 반복하면서, 내가 어렸을때 깔깔대고 좋아하던 그 ‘썰렁개그’도 잊혀졌었다. 하지만, 요즘 다시 그 ‘썰렁개그’는 ‘아재개그’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재등장했다.

아주비의 경상도 방언으로, 작은아버지의 뜻으로 사용되어졌다가 지금은 아저씨를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는 ‘아재’. 아저씨를 낮추어부르는 말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또한, 인터넷에서의 ‘아저씨’회원들을 아재라고 부르고 있으며 특히 야구팬을 일컫는 인터넷용어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국민학교 세대’는 아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30대 중후반 이후)

이러한 ‘아재’들이 올해부터 갑자기 인기를 끌고 있다. 몇몇 ‘아재’세대 방송/연예인들이 나와서 하는 썰렁한 개그를 ‘아재개그’라고 칭하기 시작했고, ‘아재말투’, ‘아재패션’등 ‘아재’들에게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전에 우연히 보게된 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는 ‘아재들이 뜬다’라는 제목으로 50이 넘었어도 젊은이들 못지않은 패션센스와 몸매를 자랑하는 아재들에 관한 영상물을 보여주었다. 현재 대부분의 (우리나라) 미디어에서 보여지고 있는 아재의 이미지는 낡고,촌스럽고,뒤떨어지고 교양없는 기존의 ‘꼰대’ 혹은 ‘개저씨’의 이미지에서 발전한 푸근하고, 정이가고, 열심히 살아가고, 나름대로 그들만의 문화와 유머코드를 가지고 있는 친근한 이미지의 ‘아재’가 대부분이다.

가족을 위해 사회에 나가서 돈을벌고 (물론 엄마도 번다), 일에치이고 돈에치이고 사회에치이고 때로는 가족에게 치일지라도 썰렁개그와 소주한잔으로 웃어 넘기는 아재들의 모습이 개저씨의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고 긍정적으로 보여지고 있는것은 매우 반가워할 일임에 분명하다. (물론 세상에는 아직도 개저씨가 있다, 성별과 나이를 떠나서 ‘인간쓰레기’는 아직도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아쉬운점이 있다. 이러한 ‘아재문화’ 그리고 ‘아재’에 대한 이미지는 어떻게 말하면 긍정적으로 보여지고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왜 아줌마는 아직도???

왜 아줌마는 안되고 아재는 되는것인가? 아줌마라는 뜻에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뭔가 뜻을 잘못 알고 있는듯한데, 사실 아줌마도 ‘작은어머니’라는 뜻이었고, 그 이후로 친인척이나 가까운 중년여성에게 쓰는 호칭이었다. 미디어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잘못 불려지고 삐딱하게 받아들여진 ‘아줌마’라는 호칭은 아무 잘못이 없다. 아저씨는 괜찮고 왜 아줌마는 안되는건가? 꼰대 아저씨는 ‘아재’가 되었는데 왜 아줌마는 아직도 불편한 아줌마로 남아있어야 하는가? 아줌마라는 호칭은 무례하고 아주머니나 사모님이라는 표현이 더 고급스럽고 예의를 갖춘 표현이라는 생각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가 도대체?

우리나라는 ‘호칭’이 매우 중요한 사회라는 걸 안다. 아직도 ‘아줌마’는 티비에서, 길에서, 우리의 삶속에서 불려지고 싶지 않은 호칭임은 사실이다. (나와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 하지만 아줌마는 아무 죄가 없다. 아줌마에 대한 인식도 아재들처럼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이미 변했어야 했다. 왜 아재는 아재가 되는데 아줌마는 아주머니나 사모님이 되어야 하는가? 내 논문에서 아줌마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쓴걸 매우 불쾌해했던 어떤 사람이 생각난다. 논문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 하면서 그저 아줌마라는 단어자체가 같은 중년여성으로써 불쾌하니 지워줬으면 한다는 의견을 줬던 그 사람은, 이미 자신과같은 중년여성인 ‘아줌마’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중년여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한국밖의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내 논문은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 했던 그 사람은 아줌마에 대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아줌마에 대한 스테레오타이핑으로 (촌스럽고 무식하고 무례한 ‘전업주부’ 라고 표현했음) 같은 ‘아줌마’가 다른 ‘아줌마’를 디스하고 있는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아줌마는 무식하고 아주머니는 우아한가? 무식과 우아함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이며 또한 왜 무조건 우아함만이 우위가 될 수 있는건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덧붙여, 사회에 진출해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고 있는 워킹맘만 힘든게 아니라, 전업주부들도 그렇게 힘들고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음을 반드시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사회는 워킹맘 뿐만이 아니라 전업주부들에게도 불공평한 사회이다. 워킹맘보다 전업주부가 못하다는 생각은 집어치워주길.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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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성 (3) IMF 1997년

1997년, 대한민국은 금융위기를 맞았다. 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s)로 인해 대한민국의 경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졌고, 이러한 경제위기는 “전통적인 성역할과 가부장적인 핵가족 중심의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김 2008, p. 392). 경제가 악화됨에 따라서 당시의 여성들은 더이상 현모양처로만 있을 수 없게 되었다. 즉, 자녀양육과 가정을 돌보던 ‘전통적인 여성’의 모습에서 벗어나 가족을 위해 집밖에서도 일을 해야하는 ‘가장’의 역할까지 동시에 해야만 했던 것이다. 따라서 당시의 우리 아줌마들 (엄마들, 어머니들)은 집안과 집밖을 동시에 돌봐야하는 정말 힘든 시기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그들 대부분이 했던 일은 비정규직의 저임금 파트타임 일들 이었고, 이는 대부분 마트에서 짐을 옮기거나, 물건을 파는 일 혹은 계산원 같은 고된 일들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줌마들은 가족과 더 나아가 나라를 위해 그러한 힘든 일들을 마다않고 묵묵히 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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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는 영화 ‘카트 (2014)’,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4103011094055036>

우리의 아줌마들은 그렇게 일하는 것이 가족을 위한 그리고 더 나아가 나라의 경제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고 따라서 집안에서 가정으로 돌보고 집밖에서는 워킹맘으로 일을 하며 다함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1997년과 1998년 동안의 경제위기 동안,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은 열심히 일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삶은 고달프고 힘들었다.

1998년 5월, 80%가 넘는 가정의 임금이 삭감되었고, 또한 대부분의 가정의 가장은 실직을 하게 되었다. 한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었던 가장의 실직은 가족을 힘들게 하였고 또한 가장 자신도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낼수 없는 것에 대해 고통스러워 했던, 대한민국 모두가 매우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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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는 월간 조선  <https://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201101100071>

1998년, 자살율이 전년도에 비해서 42%나 높아졌고, 남성의 자살율이 여성보다 현저히 높았던 것으로 조사 되었다. 이를 통해서 추측하건데, 아마도 그 당시의 우리 아버지들이 임금삭감과 실직으로 인해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것에 대해 그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게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통계 자료에는 정확한 사유가 나와있지 않았다)

이렇게 국민 모두가 힘들어하던 IMF시기에, 각종 미디어는 다양한 캠페인과 공익 광고를 내놓아 국민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힘을 썼다. 특히, 아버지들을 위한 캠페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머니들에 대한 차별이라기 보다 그 당시 대부분의 ‘가장’이었던 우리네 아버지들의 실직등으로 인해 아버지를 위한 캠페인이 좀 더 나오게 된 것이다) 이 뿐 아니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캠페인이 행해졌는데 그 한 예로 ‘금 모으기 운동’을 반드시 얘기해야 할 것이다. ‘금 모으기 운동’에 대한 글은 다음 포스팅에서!

1997년 기아자동차 TV광고  “우린 할 수 있어요!”

참고문헌: (1) Kim, S 2008, ‘Feminist Discourse and the Hegemonic Role of Mass Media’, Feminist Media Studies, vol. 8, no. 4, pp. 391-406.

엄마의 전쟁 (SBS Special 다큐멘터리)

지난 일요일, 2016년 1월 3일, 나는 SBS 스페셜 다큐멘터리 ‘엄마의 전쟁’ 이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되었다. 3부작중에서 첫번째편으로 육아와 회사일로 힘들어하는 요즘의 워킹맘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두 명의 다른 직업의 워킹맘의 예를 보여줌으로써 워킹맘들이 얼마나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가족 중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해놓고 본인은 밥도 먹지 못한채 회사로 나서는 워킹맘. 잠에서 일어나 이미 직장에 간 엄마를 그리워 하며 우는 딸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예전의 소위 ‘아줌마 세대 (50대에서 60대)’와 다르게 현재의 젊은 ‘맘 세대’ 들은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 워킹맘이다. 본인의 커리어를 쌓고 또한 육아까지 모두 해내야 하는 수퍼우먼으로 살아가야 하는 워킹맘들의 삶은 매우 고달프다. 일주일 내내 어린이 집, 돌보미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께 맡겨져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는 아이들도 안타깝지만, 동시에 그러한 아이들을 억지로 떼어놓고 회사로 나와 본인의 능력을 발휘하고 커리어를 쌓아가야 하는 워킹맘의 처지도 또한 매우 안타깝다.

워킹맘으로 한국에서 살아가기엔 매우 힘든일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일과 육아의 균형을 알맞게 맞추면서 살아가는건 워킹맘 혼자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그러한 균형을 맞추어 살아가야 하는게 워킹맘의 현실이다. 다큐멘터리 초반에는 이러한 워킹맘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뒤로 갈 수록 나는 이 다큐멘터리에 실망감이 들었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워킹맘의 어려움 (엄마로서 육아와 사회인으로서 커리어를 쌓는것)을 계속 보여만 주고 있고 그것에 대한 해결책이나 또 다른 제안을 전혀 해주지 않았다. 또한 오히려 일과 육아를 병행하려고 하는 워킹맘으로부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뉘앙스로 프로그램을 전개시켜나간 느낌이었다. (둘 중에 하나만 골라라! 를 강요하는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

당신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일인가 아님 가정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프로그램 제작자의 질문에 또 한 번 실망했다.

당신은 엄마입니까 아니면 여자 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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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냐 엄마냐를 묻는 질문에 할 말이 없었다. 이 질문 자체가 틀린 질문이었고 매우 편협한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고 있는 질문이었다. 여자와 엄마를 나누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이 질문속에는, 엄마는 여자가 될 수 없고 여자는 엄마가 될 수 없는 마치 아줌마는 여성도 남성도 아닌 제 3의 성으로서 아줌마는 그냥 아줌마! 라고 치부해버리는 시각과 같다고 보여진다. 나의 생각은 이렇다.

여자도 엄마이고 엄마도 여자이다.

엄마와 여자 모두 사람이다.

엄마가 될래? 아니면 여자가 될래? 가 아니라, 엄마와 여자 모두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질문을 한 제작진에게 이렇게 질문하고 싶다.

당신은 남자인가요 아님 아버지 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