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하우머치 이즈잇 (how much is it)?

일요일 오후에 가족끼리 점심식사를 하러 나갔다. 주말마다 장도보고 커피도 마시고 밥을 먹는 일이 우리 가족에겐 일상이다. 명동에 잘 가는 중국집이 일요일이라 문을 닫은 탓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그 옆에 있는 다른 중국집에 가서 먹었는데 맛은 역시 우리가 늘 가던 그 집과는 비교가 안된다. 그래도 뭐 우리 가족은 중국음식은 워낙 다 좋아하는 편이라 시켜놓은 음식을 다 먹고 명동을 벗어나 광장시장에 들렀다. 배도 부르고 해서 시장구경도 할 겸, 또 오늘은 엄마가 얇은 이불 (거실에서 가볍게 덮을 수 있는)을 하나 사고 싶다고 하셔서 겸사겸사 그렇게 시장구경에 나섰다.

광장시장이 유명해지기 전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는 정말 잇 플레이스가 되어버린 광장시장의 모습을 볼 때 마다 놀랜다. 어렸을때 아빠따라 구경왔을때만 해도 ‘아는 사람들’만 오던 그런 시장의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남녀노소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오고 싶어하는 곳이 되었다니 왜 내가 다 기분이 좋은지! (싱가폴에서 친구녀석들이 왔을때도 광장시장 가고 싶다고 해서 지하철 타고 가는 법을 일러주었었다)

대구탕집이 즐비한 곳을 지나기 직전에 이불집을 발견한 엄마는 가게안으로 들어가 사고싶은 이불을 고르고 있었고 나와 아빠는 가게안에 너무 비좁았기때문에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외국인 관광객들이 그 가게 앞에서서 베개와 이불을 들춰보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안에 있던 또 다른 아줌마 한 분이 나왔다. 그 외국인이 이불을 가르키며, “아줌마 how much is it?” 이라고 했고 아줌마는 “만오천원!” 이라고 대답했다. 이 둘 사이에는 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고, 아줌마는 아줌마대로 또 외국인은 외국인대로 답답해 하던 차에, 이 오지랖 넓은 내가 중간에 나서서 영어로 값을 알려주었다. 외국인은 이것저것 가격을 계속 물어보더니 이내 이불하나를 사갔다. 아줌마가 고맙다고 하셨는데 아 뭐 한것도 없는데 괜히 좀 그랬다.

아무튼, 여기서 내가 놀라고 기분좋았던 건, 바로 그 외국인들이 “아줌마” 라는 호칭을 사용한 점이다. 아줌마 라는 호칭은 많은 뜻을 포함하고 있는데 동시에 한문장으로 정의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있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이 아줌마라는 존재는, 한국의 문화와 한국의 사회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논문에서 말했듯이 영어권의 ‘excuse me’와 같이 이름도 성도 모르는 중년 여성을 부를때 혹은 식당에서 주문을 하고 싶을때 등의 경우에 한국에서는 ‘아줌마’라는 단어를 쓰기도 하지만, 아줌마는 그보다 더 다양한 뜻을 포함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또한 아줌마라는 호칭을 사용함으로써 그 외국인들은 그 이불집 주인 아줌마에 대한 친근함을 표시하고 더 나아가 가격흥정도 노려볼 수도 있는것이다. 즉 아줌마라는 호칭은 ‘중년여성’을 하찮게 여겨 사용하는 호칭이 아닌, 친근함의 표시라고 난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학회에서 나는 아줌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들었었다. 이것에 대한 포스팅은 따로 적을 예정인데, 우선 그러한 의견들이 나온데에는 아마도 첫째, 나의 발표가 뭔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탓이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아줌마에 대한 괜한 편견과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가장 화가 났던건, 아줌마는 ‘교육을 덜 받은’ 중년여성들로써 다른 중년여성 그룹과 다르다 라고 보는 그런 ‘편협한 시각’을 가진 몇몇 분들의 의견 때문이었다. 왜 아줌마는 기분나쁜 호칭이 되어야만 하는가? 왜 아줌마라는 호칭은 사라져야만 하는가? 그렇다면 여사님, 사모님은 과연 그들이 말하는 바람직한 호칭이 될 수 있을까?

 

혹시 아줌마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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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를 시작하고 난 후로, 사람들은 나에게 같은 질문을 수없이 많이 했다. “저기 혹시 아줌마인가요?”

사실 나는 내 블로그의 주소를 트위터, 페이스북 그리고 인스타그램의 내 프로필란에 올려놓았다. 블로그가 활성화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올려놓았는데, 그것 때문에 나를 팔로우 하는 사람들 (몇 되지는 않지만)이 나에게 쪽지로 내가 아줌마인지 아닌지 물어본다. 심지어 내 친구는 아줌마 라는 단어가 들어간 블로그 주소를 지우는게 어떠냐 라고 묻기도 했었다.

아줌마 라는 단어가 들어간 블로그 주소를 올려놓고 고민이 없었다면 거짓이다. 내가 뭐 꽃다운 이팔청춘도 아니고 말그대로 꺾인 30대의 나이를 살고 있는,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노처녀인데, 아줌마라는 단어가 들어간 블로그 주소를 다른 사람들이 보면 나를 그 아줌마 당사자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그것도 꽤 있을거라는건 뭐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아줌마블로그 주소를 올려야 하나 고민을 했었다. 몇 번을 프로필란에서 지우고 다시 집어넣고를 반복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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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내 sms 프로필에는 아줌마블로그 주소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아줌마로 생각하면 뭐 어떠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기도 하고 또 아줌마에 대해서 연구한다는 사람이 이래서야 되겠나 싶기도 한 마음 반반 이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박사 시작하기 전에 리서치 프로포절 준비를 할때 아줌마 폴더를 내 노트북 배경화면에 만들었었는데, 내 수업을 듣던 한 학생이 프로젝터를 통해 보여진 내 노트북의 배경화면을 보고는 수업이 끝나고 나에게 조용히 와서는 ‘아..아줌마이신지 몰랐어요. 결혼 안 하신 줄 알았는데’ 라고 너무 조심스럽게 물어본 기억이 있다.

‘아줌마인지 몰랐어요…’라고 말하는데 그 학생은 뭔가 속았다 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었다. ‘아 아줌마였었어?’ 라는 느낌 말이다. 물론 아줌마 폴더의 생성배경에 대한 설명을 그 학생에게 해줬고 나는 다행히 (?) 아줌마가 아닌 것으로 다시 되었지만, 뭔가 그런 일을 겪으면서 ‘아 아줌마가 된다는 것 혹은 아줌마로 산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었다. 아줌마라고 불리는 것은 아줌마처럼 보인다는 것이고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아줌마같은 여자는 뭔가 여성도 아니고 남성도 아닌 그저 ‘아줌마’가 된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건가보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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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글을 쓰러 들어온 까페로 걸어오는 순간에도 수많은 아줌마를 지나쳤고 만났다. 아줌마가 되고 싶진 않지만 나는 언젠가 아줌마가 될것이다. 내 친구들도 또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 모든 여성들은 reserved-to-be 아줌마인 셈이다. 아줌마가 되는일은 두려운 일도 그리고 끔찍하게 싫은 일도 아닌데 우리는 아줌마가 되는것도, 아줌마처럼 보이는 것도 그리고 아줌마들을 반기지 않는다. 아줌마이기 때문에 싫은것 보다 아줌마라서 좋은것들을 찾아보고 싶다.

대한민국의 모든 아줌마들 화이팅!